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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world !”


프로그래밍을 처음 배우기 시작한 사람들에겐 거의 모든 첫번째 예제로 등장하는 익숙한 구절, 또 내가 처음 짠 코드가 제대로 실행되었다는 의미로 컴퓨터가 마치 화답하는 느낌 때문에 무척 반가운 구절이다.

비록 소프트웨어 전공은 아니지만, 나름 학과에 프로그래밍을 활용한 분석 과목이 점차 많아지던 대학시절, 코딩 관련된 과목은 일부러 피하면서 들었을 정도로 코딩은 저와는 무관할거라 믿으며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무렵일 것이다. 신입사원으로서 맡게된 업무와 반응은 과거의 내 행동들을 정말 무색하게 만들어 버렸다..


거기 전공 나오면 다 R이랑 파이썬이랑 써서 어느정도 분석 차트 뽑을줄 아는 것 아닌가요??


아차, 싶었다. 주 전공인 최적화 관련된 과목과 어려운 문제를 풀어내는 것에 푹 빠져 이것만 잘하면 앞으로 어떤 회사에 가더라도 비슷한 일을 하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현실의 최적화 문제는 생각 이상으로 복잡하고 어려웠고, 이것을 업무 프로젝트로 연결시켜서 끌고나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할 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오히려 회사에서 바라는 나의 역할은, 사내에 만연해 있는 데이터 분석거리들을 코딩을 통해 레포팅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좀더 실무적인 관점을 미리 가졌었다면 그때 좀 더 코딩 과목들을 눈여겨 볼걸…


그 이후로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기대에 충실하기 위해 무척 달려왔던 것 같다. 첫 직장에서 맡게된 역할 때문에도 그렇고 빅데이터 붐과 맞물려 어떻게든 업무와 연계하고 싶어 자습을 많이 했다. 중간에 잠깐 연구자로의 전향 바람이 불어 대학원도 기웃거렸지만, 결국 다시 역동적인 사회에 몸을 맡기는 삶을 꿈꾸며 비즈니스 세계로 돌아왔다.


다만 Full-time 으로 대학 때 못다 해 미련이 남았던 코딩 공부, 최신 데이터 기술과 관련 이론 등을 Follow up 하는 측면에서 무척 도움이 되었고, 학계에 잠시나마 소속되어 있으며 연구자들의 향연에 끼어 끝이 보이지 않는 지식의 상아탑 아래에서 동경했던 경험은 당분간 강렬하게 남을 것 같다.


“늦은 성장기”


지인의 프로필 문구가 ‘늦은 성장기’ 였던 적이 있다. 무심코 당시에는 무슨 의미일까하고 넘겼던 문구인데, 최근에서야 내가 나에게 느끼는 부분이다.


여지껏 ‘분석가’ 역할에서만 항상 업무를 진행해 왔던터라 프로그래밍도 Python, R 과 같은 데이터 분석에 특화된 언어만 고집해왔었는데, 점점 분석과 모델링 결과물에 대한 오퍼레이션 니즈가 커지는 것을 몸소 느낀다. 안정보단 격차가 벌어지는 것을 경계하는 역동적인 삶을 택한 나이기에, 이 문제를 풀기위한 분야인 MLOps 와 관련된 강의, 문헌들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머신러닝 프로젝트에서는 데이터 엔지니어, 데이터 과학자, 머신러닝 엔지니어, 크게 세가지로 역할이 구분될 수 있는데, 요즘은 점점 그 경계가 모호해지는 추세인 것 같다. 머신러닝 기술의 보급이 대중에 안착되고 나면 결국 이 세가지 영역을 구분 없이 넘나드는 인재만이 살아남을 것 같은 생각이다.


따라서 머신러닝 엔지니어, 즉 MLOps 엔지니어로서도 1인분 하기 위한 과정의 초입에 들어오게 된 것인데 이 분야는 데이터 파이프라인, 버전관리, 모델 서빙, CI/CD 등 기존 DevOps 개념과 무척 닮아 있기 때문에, 공식 문서만 보고 따라가지 못하는 나에게는 개발자 출신의 사람들 혹은 이것을 공부하기 시작한 학생들이 블로그에 포스팅 해놓은 트러블 슈팅 자료들이 무척이나 도움이 된다.


기술 포스팅 외에도 블로그 주인장들이 올려놓은 개인적인 생각과 일상을 담은 포스팅을 둘러보며 느끼는 점도 많아 나를 돌아보니, 업무를 해오며 풀어야 했던 다양한 기술적인 문제들과 마주했던 시간, 변화하는 테크와 그에 따른 커리어 방향에 대한 고찰을 가졌던 시간, 자신과 주변을 바라보며 느꼈던 생각과 시간들이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이 조금 아쉽다.


‘늦었다 생각할 때가 가장 늦었다’ 라고 어느 예능에서 익살스럽게 표현했던 말도 생각난다. 하지만 늦었다 생각할 때 성장하기 시작한다고 생각하면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기에 좀 더 단기에 목표하는 바를 이룩할 수 있지 않을까?


“Hello Me !”


그래서 꼭 번드러진 기술 블로그가 아니더라도, 글쓰기에는 재주가 없지만. 내가 겪었던 여러가지 문제 상황과 그에 대한 고찰에 대한 기록을 남겨놓는 용도로 우선 블로그를 시작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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